"기업은행, 장하성 정책실장 이름 집중 거론했다"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 증언..."IBK투자증권으로 무단 변경 판매도"

김성현 승인 2020.08.06 20:16 의견 6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2018년 10월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서로 대화하고 있다./자료사진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IBK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 다수의 PB(프라이빗뱅커)들이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투자자들의 진술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기업은행 직원들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펀드 운용사 대표인 장하원씨가 장하성씨의 동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장하성씨가 정책실장 재직시 그 휘하에서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 고객 동의 없이 IBK투자증권을 통해 펀드를 판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자회사 증권사를 동원하고 정권 실세 이름까지 팔아가며 사모펀드 판매에 열을 올린 경위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4·5호' 투자자 10여명은 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소재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피해사례를 공유했다. 

이들은 모두 IBK투자증권을 통해 해당 펀드에 가입했다.

기업은행이 환매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액의 50%를 선지급하기로 한 것과 달리 IBK투자증권은  어떠한 보상안도 내놓지 않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법무법인 민본의 신장식 변호사가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법적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이후 각 피해자들이 자신의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장기간 기업은행을 이용한 개인사업자들이었다.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통한 사모펀드 투자 경험이 전무했다.

기업은행이 이들에게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권유를 한 방법은 대체로 비슷했다.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투자자 ㄱ씨는 2018년 10월 경 자신이 주로 거래하는 기업은행 지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펀드 가입 권유와 함께 회사에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4명의 기업은행 직원과 1명의 IBK투자증권 직원이 회사로 찾아왔다.

"안전한 상품이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펀드에 문제가 없다"며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씨의 동생 장하원씨가 운용사 대표로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ㄱ씨는 설명했다. 

이후 계약서를 내밀었는데 ㄱ씨는 해당 계약서에는 IBK투자증권이라는 부분이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기업은행이 아닌 IBK투자증권을 통해 디스커버리 펀드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환매 중단 후 기업은행에 문의를 한 뒤 알게 됐다고 했다. 

해외에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ㄴ씨도 유사한 방법으로 디스커버리 펀드에 가입했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집으로 찾아왔고 장하성씨의 동생이 대표로 있어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판매한도가 얼마 남지 않아 오전 중에는 투자금을 입금해야 한다"는 PB의 설명에 따라 투자금을 입금하고 이틀 후 펀드 가입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여러 장의 계약서 중 ㄴ씨가 자필로 작성한 것은 사인 뿐이라고 했다.

서류에는 자필로 ‘매우 높은 위험,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을 자필로 적어야 하는 란이 있는데 나중에 전달받은 계약서 사본을 통해 기업은행 측이 임의로 해당 부분을 적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ㄴ씨의 주장이다.

65세인 투자자 ㄷ씨는 전화를 통해 디스커버리 펀드 가입을 진행한 경우였다.

기업은행 직원은 “현재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가 많아 우선 돈을 넣어두셔야 한다”며 오전 11시까지 지정된 통장에 투자금을 입금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이틀 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으며 사인 외에 자필로 작성한 부분은 없었다. 

ㄷ씨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펀드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장하성의 동생이 운용사 대표로 있다고 설명했다”며 “나이가 있어 펀드 투자에 대한 이해는 PB의 설명에 의지해야 했다. PB와의 대화는 녹취해뒀다”고 말했다.

여타 투자자들도 한결같이 “장하성씨에 대한 언급을 들었다”고 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장하성 동생이 대표", 기업은행이 이들 두 문장을 주로 사용했다는것이 투자자들의 공통적인 전언이다.

투자자 ㄹ씨는 "지점에 상관없이 모든 PB들이 장하성을 언급했다. 특정 PB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여기 앉은 모두가 다른 PB로부터 같은 설명을 들었다"며 "상대가 국책은행이라는 부분이 더욱 의심스럽다. 윗선의 지시가 없이 장하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자회사 증권사로 넘겨 판매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심이 제기됐다. 

이날 한 투자자가 공개한 기업은행 PB와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나는 기업은행 고객인데 왜 IBK투자증권으로 디스커버리펀드 가입이 됐느냐”라고 묻자 기업은행 직원은 “은행쪽은 디스커퍼리 펀드 한도가 다 차서 IBK투자증권을 통해 가입을 진행했다”고 답한다.

이 투자자는 "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이 함께 사용하는 WM(자산관리)복합센터가 있다고 해서 기업은행이 내 개인정보를 IBK투자증권에 넘겨줘도 되는지 의문이고, 왜 그 사실을 고객인 나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라며 "무엇이 급해서 자회사를 통해서라도 해당 펀드를 판매해야 했는 지 속내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관련 부서의 업무가 많아 당장은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IBK투자증권 홍보팀 관계자들에게 전화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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